이번 퍼플레터는 특별히 금붕어가 직접 지은 규칙 괴담, 〈퍼플레인 신입사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로 시작합니다.
'규칙 괴담'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지켜야 할 규칙으로 부자연스러운 행동 절차를 소개하여 오싹하고 괴기스러운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괴담입니다. '학교 교칙', '야간 숙직 매뉴얼', '베이비시터 할 일 목록' 등 다양한 규칙 괴담이 한동안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규칙 괴담'을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나폴리탄 괴담은 어떤 특정 존재를 미스테리하게 묘사하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이야기를 끝내서 끊임없이 추리하게 만드는 괴담입니다. 사건의 전말을 숨기고 독자가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은 같지만, 규칙 괴담은 추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칙 괴담을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하는 것은 어렵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어서 이번 레터에서는 '규칙 괴담'으로 부르기로 했답니다.
😨 무서운 이야기보다 무서운 것은 내 상상력⁉
규칙 괴담은 귀신이 직접 등장하여 독자를 놀래킨다거나, 무서운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괴담이 아니다 보니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규칙 괴담으로만 엮은 테마소설 단편집
《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 지침서》 (이번에 장작소에서 소개해드리는 코코아드림 작가님이 참여하셨다고요😘)가 출간된 걸 보면, 규칙 괴담이 수많은 괴담 사이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붕어는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규칙 괴담을 무척 좋아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규칙 괴담을 읽다 보면 마치 그 규칙을 지켜야만 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집중해서 읽게 되는데요.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일어날 일들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다 보니 만약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빠르게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더라구요.
🤡 진실 혹은 거짓, 딜레마 항목의 묘미
금붕어가 특히 좋아하는 규칙 괴담은 딜레마 요소를 넣은 것입니다. 열심히 집중해서 규칙들을 읽었는데 마지막 규칙으로 이런 내용이 나오는 거죠.
'0번 항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0번 항목을 봤다면 반대로 하십시오.'
마지막 규칙을 보는 순간 '0번 항목이 뭐였지?' 하면서 당황하게 되는데요. 0번 항목으로 돌아가면 0번 항목도 지키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무엇을 따라야 할지 괜스레 고민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 짧은 호흡으로 쭉쭉 읽다 보면 시간 순삭!
'규칙'이라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만큼, 호흡이 길지 않은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읽기 좋다는 점도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규칙 괴담을 구글링해보면 한 편만 소개하기보다는 여러 편의 규칙 괴담을 모아 모음집 형식으로 소개한 게시글이 많습니다. 분량도 그리 길지 않고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기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규칙 괴담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금붕어가 직접 만들어본 규칙 괴담과 함께 규칙 괴담을 소개해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규칙 괴담의 매력에 살짝 영업당하셨다면, 오늘 밤부터 퍼플레터를 다 읽고 규칙 괴담의 세계로 뛰어들어 보시죠!
👾 혹시 퍼플레터를 읽는 독자님들 중 규칙 괴담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퍼플레인 팀에게 답장하기' 버튼을 눌러 재밌게 읽은 규칙 괴담을 공유해주세요! 규칙 괴담 콜렉터 금붕어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