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쓰시나요?
A. 안녕하세요. 박해울입니다. 주로 SF를 쓰고 있고요, 퍼플레터 지난 호에 정식으로 소개가 되었으니, 여기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스타니스와프 렘, 카렐 차페크, 숀 탠의 작품과, 《반지의 제왕》과 《바카노》를 좋아해요. 맛집 가는 것을 좋아해서 식당을 추천받으면 항상 지도 어플에 표시를 해두고 하나씩 도장 깨기 하는 게 인생의 낙입니다. 요새는 위켄드와 뮤즈 그리고 전동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일하고 있어요.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글을 씁니다. 일이 끝나고 나면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합니다.
Q. 작가님께서는 사실 호러 매니아시라고요. 책, 영화, 게임 등…… 어떤 종류의 호러를 주로 보시나요?
A.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조금 쑥스럽네요. 깜짝 놀라는 건 안 좋아하지만 사건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후 으스스해지는 기분이 드는 스타일의 호러를 좋아합니다. 일상 속의 기묘한 광경도 좋고요.
저는 SCP 재단*의 데이터베이스를 읽는 걸 좋아하고요. ‘크툴루의 부름’을 기반으로 한 TRPG 영상도 유튜브에서 보고 있어요. 조작이 너무 어렵거나 공포가 극대화된 게임은 하기 어려워하지만 다른 사람이 게임 하는 걸 옆에서 보고 참견하는 것은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호러 게임은 〈반교: 디텐션〉과 〈환원: 디보션〉이에요. 공포 영화는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캐빈 인 더 우즈〉입니다. 기묘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B급을 좋아해요. 한국 영화 중에는 〈기담〉을 좋아합니다.
*SCP재단(SCP Foundation)이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자연적인 물체, 생물, 현상들을 "SCP"라 통칭하고 민간에게서 격리하는 가상의 단체. 2007년 미국 웹사이트 4chan에서 SCP-173이라는 항목이 업로드되었다. 괴상한 물체를 격리하는 방법과 그 설명을 보고서 양식으로 작성한 이 짧은 이야기는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사람이 참가해 세계관에 점점 살이 더해지더니 다음 해 완전히 독립하여 현재의 위키 사이트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참고: 리브레 위키 'SCP 재단')
Q. 작가님의 SNS에서 게임 이야기를 종종 반갑게 보고 있습니다. 호러 게임 중에도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A. 사실 제가 게임을 잘하지는 못해서, 스토리 위주의 쉬운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추천해드릴 만한 게임은 스팀 인디게임인 〈The Supper〉입니다. 30분짜리 도트 게임인데, 멋진 도트 그래픽을 감상하실 수 있고요, 사건의 진상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맛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고어하니 주의해주세요!)
Q. 작가님의 데뷔작 《기파》에도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등장하곤 하지요. 우주와 난파선을 무대로 하는 《기파》를 읽으며, 우주에 떨어진다면 나는 무엇이 가장 무서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작가님이 우주에 나간다면, 가장 무서운 순간은 언제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A. 아무래도 혼자 무중력 상태에 있을 때 가장 무섭지 않을까요? 의지할 사람도 없거니와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가 정방향인지 알지 못한 채로 떠돈다면 그것은 세상 어디에서도 없는 공포일 듯합니다.
Q. 최근 작가님에게 중요한 소재, 화두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한마디로 말한다면 ‘미지와의 조우’입니다. 처음 보는 현상,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생물, 기존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외계 행성 같은 거요. 우주는 넓으니 이런 것쯤은 무척 많을 텐데, 인간 작가로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매번 고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