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으로 더 풍성해진 퍼플레터를 만나보세요!
17호 _ “하지만 저는 미스터리 작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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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_ 퍼플레인 팀
도모🐳 편집자. 장르의 망망대해를 얕고 넓게 항해하는 문화콘텐츠 잡식자.
금붕어🐠 마케터. 오늘도 온갖 으스스하고 피 튀는 이야기들을 보며 맛있게 밥을 먹지만, 무서운 영화는 절대 볼 수 없다는 겁쟁이.
하루🍀 편집자. 남들이 안 본 것만 찾아보는 음침한 (자칭)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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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 장작소 #8 듀나
😝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세요
- 영화 〈놉〉 & 웹툰 〈안개무덤〉
👾 퍼플레인은 지금…
- 그 여름, 우리가 사랑한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 하루의 북플리 - 《라마와의 랑데부》와 〈Outro〉
📻8월의 장르뉴스 모아보기
-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엘리자베스문 #케이팝 #정세랑 #아이브 #김초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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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집자 도모입니다.
지난 달 레터를 쓸 때에 비하면, 더위가 많이 가신 요즘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때쯤이 되면, 찾아오는 계절이 반가우면서도 약간은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올 여름을 나는 어떻게 보냈나 되돌아보게 돼요. 여러분의 여름은 어떠셨나요?
이번 여름에 저는 듀나 작가님의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편집해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출간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이 레터를 보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책을 읽어보신 분이 계실 거라 기대합니다. :)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오랜만에 장작소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장작소에는 기존의 5문5답 인터뷰보다 좀 더 긴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작품들에 대한 더욱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인터뷰가 될 테고,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읽는 데에 어느 정도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퍼플레터에서만 풀 버전으로 공개하는 듀나 작가님의 인터뷰와 함께 풍성한 읽을거리를 담은 이번 레터, 즐겁게 읽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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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작가를 소개합니다 💜
└ 장작소는 한국 SF 장르 콘텐츠 작가 에이전시 그린북과 함께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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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허구의 이야기를 써서 완성한 경험이 전혀 없다. 당시엔 모두가 서툰 아마추어였고 이 일을 나중에라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특급》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듀나라는 필명은 《이매진》 잡지에 단편을 연재할 때 편집자가 선택한 하이텔 아이디가 굳어진 것이며 당사자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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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로서 듀나는 통신망 시절 아마추어리즘과 지금의 장르 작가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이쪽 관련 책을 두 권 냈다.
📚Fiction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퍼플레인, 2022
《2035 SF 미스터리》 나비클럽, 2021
《우리 미나리 좀 챙겨주세요》 창비, 2021
《교실 맨 앞줄》 돌베개, 2021 (공저)
《평형추》 알마, 2021 《짝꿍. 듀나X이산화》 안전가옥, 2020 (공저)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현대문학, 2020 《FP 구부전》 알마, 2019 《FP 두 번째 유모》 알마, 2019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에브리북, 2018 《민트의 세계》 창비, 2018 《아직은 신이 아니야》 창비, 2013 외 다수
📚Non-fiction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2022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제우미디어, 2020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제우미디어, 2019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우리학교, 2019 《가능한 꿈의 공간들》 씨네21북스, 2015 외 다수
🏆Awards
2021 SF어워드 장편부문 우수상 《평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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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토끼, 듀나와의 인터뷰🐇
👾 오랜 시간 활동해오셨고, 아마 이 인터뷰를 보실 분들은 작가님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독자를 만난다는 가정하에, 그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주로 SF를 쓰는 단편 작가이고, 영화 관련 글도 씁니다.
👾 오랜 시간 소설을 써오셨는데, 미스터리 작품만을 묶은 소설집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화비평가 혹은 SF 소설가로만 작가님을 아셨던 독자들에게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듀나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한데요.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충분히 이에 대해 써주셨지만, 아직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분들께도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 원래부터 저는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단지 SF나 판타지 배경으로 미스터리를 쓸 뿐이죠. 이번 단편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무대에서 전개됩니다. 그런 작품들이 몇 년 동안 책 한 권을 채울 만큼 나왔어요.
👾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쓰시면서 가장 희열을 느끼거나 즐거우셨던 장면이 있을까요?
🐇 대충 다시 봤는데, 경찰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네요. 완전범죄로 끝나는 이야기를 쓰면서 낄낄거리는 걸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 이번 단편집의 작품들은 일반 독자들이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범인의 기발한 트릭과 탐정의 기막힌 추리 같은 것들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고, 진상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즐거움을 주는 추리 소설들과는 다른 듯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란 무엇이고, 작가님께서 쓰시는 미스터리 소설은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 정도면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인공은 단발성 아마추어 탐정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스 마플처럼 시리즈 주인공이 아니고 범죄학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도 없다면 그게 최선이겠지요.
전 정의로 장르를 설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황금시대 본격 추리물의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그리 예외적이지는 않아요. 고전적인 트릭이 있고, 복선과 단서도 그 정도면 그럴싸하게 주어졌고, 그것이 제한된 조건하에서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니까요.
다른 단편들도 대부분 고풍스럽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미스터리 장르에서 형식적 도전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더라도 그게 실험처럼 보이지 않는 시대지요.
👾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가 표제작이 되었는데 단편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 아, 전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누렁소와 검정소 주인이 된 기분이라서요.
👾 작품 속 이야기로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표제작인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영화 촬영 현장이 배경이고, 〈누가 춘배를 죽였지?〉에서는 영화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성호 삼촌의 범죄〉에서는 채수린이 영화 배우이자 감독으로 나오죠. 이처럼 작품들에서 영화와 관련한 지점들이 많은데, 이것은 영화비평가로서의 작가님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작가님의 미스터리 작품들 속에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 아무래도 저는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쓰는 게 직업이니까요. 그쪽으로 상상력이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스터리를 쓸 때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제 SF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전 현실 세계 이야기를 쓰더라도 최대한 비현실적인 배경을 찾으려 하는데, 영화는 그 비현실성을 제공해주거든요.
👾 〈작가의 말〉에서는 〈돼지 먹이〉의 이야기가 ‘영퀴’, 즉 영화 퀴즈라고도 하셨습니다. 혹시 정답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 아니면 힌트 정도라도 주실 수 있을까요?
🐇 너무 쉬운데.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는 아주 유명한 영화가 답입니다. 고유명사 절반 정도가 힌트입니다. 이건 아주 희미하게 국문학 퀴즈이기도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 단편집 중에서 유일하게 〈성호 삼촌의 범죄〉와 〈그건 너의 피였어〉가 ‘방암식’이라는 인물로 연결고리를 가집니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는 사실상 이야기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이야기는 ‘방암식’이란 인물이 없어도 개별적인 이야기로 성립할 수 있고, ‘방암식’이란 인물은 형사로서 유능하다기보다는 형편없는 인물에 속하는 듯합니다. 두 작품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신 이유, 그리고 왜 하필 그런 인물로 연결고리를 만드셨는지가 궁금합니다.
🐇 〈성호 삼촌의 범죄〉는 〈그건 너의 피였어〉의 이야기를 굴리는 동안 썼습니다. 굳이 새 캐릭터를 만들 필요가 없는 거 같고 기능도 비슷해서 그 미완성 단편에 갇혀 있던 캐릭터를 가져와 먼저 썼어요. 방암식이 그렇게 무능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지 제2의 프렌치 경감이 되기엔 끈기와 통찰력, 무엇보다 운이 조금 딸릴 뿐이죠. 저라도 너무 구박하지 않으려 해요.
〈누가 춘배를 죽였지?〉의 주인공 지민정도 제 미완성 SF 단편 주인공입니다. 그건 끝까지 완성되지 않을 거 같아서 끄집어내 〈누가 춘배를 죽였지?〉에 심었지요. 그동안 그 캐릭터는 20년 정도 나이를 더 먹었어요.
👾 작품 내에서 끝내 풀리지 않고 그야말로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성호 삼촌의 범죄〉에서 성호 삼촌을 화나게 한 정상만의 한마디 말,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에서 강우혁이 침묵으로 남긴 사연과 ‘피’의 의미, 그리고 〈콩알이를 지켜라!〉에서 최은비가 김진석에게 무엇을 상의하러 왔는지 등이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어렴풋이 유추할 수는 있겠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도 있었는데요. 이런 지점들을 남기시는 이유와, 이렇게 독자가 알지 못하게 남겨둔 부분들에 대해서 작가님께서는 어느 정도 정해진 답을 생각하시고 짜는 편이신지, 아니면 작가님 머릿속에서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 원래 모든 미스터리가 완벽하게 풀리는 게 비정상적이지요. 전 고전 미스터리 소설의 그 비정상성을 사랑합니다만 그걸 굳이 따라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실린 단편들엔 그런 설명을 할 의무가 있는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걸요.
설명하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설명하면 납작해지고 진부해지는 것들입니다. 설명하지 않으면 더 강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심한 욕도 검열된 욕보다는 약하죠.
👾 〈작가의 말〉에서 어떤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서술해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 한 명을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혹은 가장 사랑하는 작가여도 좋습니다. 그 작가의 작품 한 편도 같이 추천해주세요.
🐇 해리 케멜먼은 제가 꾸준히 모방을 시도하는 작가입니다. 〈누가 춘배를 죽였지?〉에서는 의식적으로 케멜먼의 닉 웰트 시리즈를 모방하려 했지요. 하지만 중반부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케멜먼의 대표 단편인 〈9마일은 너무 멀다〉는 반드시 읽어보세요.
후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제가 모방하려고 했던 작가들이 스탠리 엘린과 헨리 슬래서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에서 종종 각색한 20세기 중반 미국 단편 작가들요. 엘린의 단편들도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진상을 설명하지는 않지요.
누구를 모방하려고 해도 완성품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전 엘린도, 슬래서도, 케멜먼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 갈라지는 부분이 중요하지요.
👾 SF 소설을 쓸 때와 미스터리 소설을 쓸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 작가로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 아무래도 SF가 편해요. 전 세계를 만들고 통제하는 걸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현대 배경의 미스터리에는 그 익숙한 게임을 제한하는 규칙이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 〈햄릿 사건〉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을 비틀어 미스터리로 바라본 뒤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대하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하이텔 피씨통신에 썼던 원고인데, 원본을 잃어버리셔서 다시 쓰셨다고요.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과 원고에 얽힌 묘한 에피소드, 그리고 단편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라는 점까지 얽혀서 아주 기묘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이 작품과 원고에 대한 에피소드에 대해서 더 덧붙여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 아, 그게 전부예요. 전 진짜로 원고를 잃어버렸습니다. 문학적 장치 같은 게 아니에요. 현실 세계에서도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요. 제가 최대한 단편집을 자주 내려고 하는 것도 그동안 원고가 날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다음으로 구상 중인 차기작 중 또 다른 미스터리 소설도 있을까요?
🐇 후기에서 두 작품 이야기를 했고요. 1930년대 평양이 배경이고 심지어 명탐정도 한 명 나오는 추리물이 가능할 거 같아서 아이디어를 굴리는 중입니다. 다른 몇 개도 있는데, 어느 게 먼저 완성될지는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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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세요 😝
└ 퍼플레인 팀이 일상에서 직접 감상한 것들을 소개합니다. 취향해주세요 존중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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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주목받길 원하고, 미쳤다. 나쁜 기적이라는 것도 있을까?
💜💜💜💜💜 - 도모🐳's pick!
길들인 스펙터클 뒤에 잊힌 존재들을 위해 다시 쓰는 영화사
〈겟 아웃〉 〈어스〉로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호러영화 감독 중 한 명이 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을 보고 왔습니다. 개봉 중인 영화이니만큼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인종차별 문제를 호러 장르 안에서 탁월하게 다뤄낸 〈겟 아웃〉의 감독답게 이번에도 영화의 표면적인 스토리는 미확인 비행 물체, 즉 UFO를 목격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놉〉은 영화, 그중에서도 할리우드 영화산업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무빙 이미지moving image, 즉 하나하나의 사진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보여지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예술이지요. 영화의 아주 기초적인 형태이자 세계 최초의 무빙 이미지라 할 수 있는 것은 1878년 에드워드 머이브릿지가 촬영한 영상, 정확히 말하면 달리는 말의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찍은 사진을 이어 붙인 것입니다. 영화의 역사나 기원을 말할 때 자주 다뤄지는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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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은 이 최초의 무빙 이미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고 가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 안에서도 주인공 동생의 대사를 통해 충분히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는 하지만요.) 〈놉〉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아서 이름조차 남지 않고 잊힌 '말을 탄 기수'를 영화의 역사 안에서 정당한 자리로 복원시키려 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이 기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고, 그러므로 〈놉〉은 영화산업 내의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놉〉은 영화산업 내에서의 비인간 존재들, 즉 동물에게도 주목합니다. 영화산업 내에서 동물들은 볼거리-스펙터클-를 만들어내기 위해 동원됩니다. 이들은 영화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인간에게 길들여지지요. 좀 더 얘기하고 싶지만, 영화의 중요한 부분들을 스포하게 될 것 같으니 이 지점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줄일게요. :)
제겐 〈놉〉은 〈겟아웃〉이나 〈어스〉보다는 호러 장르로서의 매력, 즉 공포나 서스펜스가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조던 필 감독의 창작자로서의 야심이 가장 대담하게 드러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던 필 감독의 전작들을 흥미롭게 본 분들이라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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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가족을 수사할수록, 알 수 없는 초자연 현상에 시달린다. 사건 현장을 뒤덮는 벌레들 그리고 부적. 이곳은 무덤이다. 지상최대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숨막히는 공포 스릴러!
💜💜💜💜💜 - 금붕어🐠's pick! 🍁처서는 지났지만, 더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짜릿하고 쫄깃한 공포 웹툰💀
✅ 무시무시한 공포물을 좋아한다. ✅ 소설 《퇴마록》을 읽고 오컬트에 관심을 가져봤다. ✅ 영화 〈곡성〉의 기분 나쁜 매력에 퐁당 빠졌다. ✅ 초자연적인 존재와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 수사물은 웬만해선 취향이다.
이런 분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금붕어와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취향 동지 여러분의 심장을 정조준한 웹툰 〈안개무덤〉 외 않 바(왜 안 봐)? 😫
〈안개무덤〉은 실종된 가족을 수사하던 형사들 앞에 나타난 초자연 현상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무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부적, 사방진, 불상, 저주 등 동양적이고 토속적인 오컬트 요소를 활용해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가는데요. 어린 시절 열광했던 《퇴마록》이 떠오를 정도로, 김태영 작가님은 토속 신앙과 민속학, 종교학 등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짜냈습니다.
갑자기 증발해버린 사람들, 벌레, 이상한 사진에서 시작되지만 귀신이 나오는 흔한 공포물에 그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정해서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입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과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136화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분량을 다 읽어버리는 기염을 토하게 되죠. (바로 금붕어의 이야기입니다. 회사에서는 안 읽었어요, 대표님! 믿어주세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결말입니다. 결말은 인간의 믿음에 대한 메세지를 아주 매력적으로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웹툰, 한번 시작했다면 중도하차 하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주세요!
흑백 톤으로 그려지지만 부적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연출도 눈에 띄는데요. 흑백과 대비되며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런 색감 연출이 호러 스릴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도 하고요. 매끄러운 스토리텔링에 감각적인 연출까지 더해졌으니 독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더라고요.😂
2019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이 웹툰은 아쉽게도 연재하는 중에는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는데요. 완결이 난 지금, 오히려 공포 스릴러 장르의 코어한 독자층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재 기간으로 보았을 땐) 길고도 (아쉬운 마음으로 보았을 땐) 짧은 분량이지만, 공포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금붕어에겐 정말 근래 들어 본 공포 웹툰 중 가장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자, 이제 금붕어는 오늘(25일) 올라온 〈안개무덤〉 작가님의 후기를 읽고 다시 정주행을 달려보려고 합니다. 참, 〈안개무덤〉은 신하균 배우님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도 하니 영화도 기대해주세요! 😉
그럼 금붕어는 이제 정말 정주행 달리러 갑니다! 함께 정주행 하실 퍼플레터 구독자님들~ '퍼플레인 팀에게 답장하기'로 〈안개무덤〉 어떻게 보시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덕질의 기쁨은 함께할 때 더욱 커지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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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름, 우리가 사랑한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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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설레는 요즘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시작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그런 김에 지난 여름 퍼플레인에서 열심히 준비하여 출간한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의 근황(을 빙자한 자랑)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출간되는 수많은 책을 모두 매의 눈으로 보고 계신 온라인 서점 MD분들께서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좋게 봐주셨는데요! 알라딘에서는 장르소설 분야 페이지의 '한국 장르소설' 코너에서, 예스24에서는 국내도서 페이지에서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해주셨답니다. 더 많은 독자님들께 눈도장 찍힐 수 있게 소개해주신 MD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흥미롭게 봐주신 분들이 더 있었으니, 바로 기자분들입니다! 한겨레, 한국경제 등 여러 언론사에서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의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그중에서도 (금붕어가) 좋았던 서평 기사를 살포시 자랑해보겠습니다.
누구보다도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가장 사랑해주신 건 역시 우리 독자님들이었습니다.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가 알라딘에서 한국소설 분야 82위, 추리/미스터리소설 주간 5위까지 올라갔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향해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
독자님들의 애정에 보답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돌아올 겨울까지, 그리고 그 다음 겨울, 그다음 다음 겨울까지 쭉, 오래도록 많은 분들께 사랑 받을 수 있게 저희도 노력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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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출간으로, 퍼플레인 시리즈가 드디어 세 권이 되었습니다! 그 기념으로 책을 모아모아 사진을 찍어보았는데요. 모아서 보니 책들이 더 예쁘죠?ㅎㅎ
퍼플레인 시리즈를 처음 기획할 때, 시리즈 디자인을 맡아주신 @forbstudio와 함께 어떻게 각 작품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시리즈로서의 매력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세 권을 모아놓고 보니 의도한 대로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한데, 독자님들은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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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의 북플리🎧
└ 신입 편집자 하루가 읽은 소설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짝지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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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도 어김없이 인사는 생략합니다. 하루🍀의~! 북플리~! 시좌악~!
돌아보니 최근에는 유독 SF 장르를 많이 읽었네요. 그중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아서 C.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입니다. (드니 빌뇌브가 영화화한다고 했는데, 어디쯤인지…… 죽기 전엔 볼 수 있는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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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C 클라크, 박상준 옮김, 아작, 2017
《라마와의 랑데부》는 인류가 지구를 넘어 화성, 수성 너머까지 개척한 2130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길이 50킬로미터의 원통형 물체(라마)가 태양계를 향해 날아오는 걸 한 천문학자가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워낙 빠른 속도로 행성들을 지나쳐 가는 데다 행성연합도 예측을 못 한 상황이라 마침 인접해 있던 화성의 인데버 호가 급박하게 라마 탐사에 가담하게 됩니다. 인데버 호가 불에 탈 정도로 라마가 태양에 지나치게 가까워지기 전까지, 탐사 기간은 단 몇 주에 불과합니다.
이 책은 도모 편집자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요, 도대체 원통형의 소행성은 어떤 건지(애초에 소행성이 맞긴 한지), 내부에 띠처럼 둘려 있다는 바다는 어떤 모습인지, 공중에 둥둥 떠 있다는 도시들은 도대체 뭔지, 엉성하게 그림도 그려가며 읽었지만 역시나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빌뇌브 아저씨 힘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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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83 – Outro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떠올렸던 음악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M83의 〈Outro〉입니다.
!결말 스포 주의!
온 인류가 라마에게 집중하고 있지만, 라마는 인류에 한 톨의 관심도 없습니다. 라마는 그저 자신이 갈 길을 갈 뿐이지요. 인류의 위협이네 어쩌네, 먼저 제거를 해야 하네 마네 논쟁이 불붙은 와중에, 유유자적 태양을 향해 돌진하는 라마를 보며 인류는 얼마나 허망했을까요. (어쩌면 모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죠.) 저도 지구 어느 구석에서 라마가 떠나가는 모습을 뉴스 생중계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인류는 라마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책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한 저도 도대체 라마의 정체가 뭔지, 어딜 향해 가는 건지 이토록 궁금한데, 실제로 인데버 호에 타 있던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완벽한 결말이라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뭔데?’라는 생각은 끊어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결국 인간은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우주는 인간에 관심도 없고 인간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짚어 인간중심주의(혹은 인본주의)를 비판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러니 라마가 아무 단서도 주지 않은 채 떠나는 결말도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신비롭고 몽롱한 M83의 음악이 더 떠올랐던 것 같네요. (여담인데,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이름이 "Hurry Up, We’re Dreaming"이랍니다. 정말 멋있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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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장르 뉴스 _ 8월
└ 읽음직한 장르문학 관련 뉴스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제목을 누르면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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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끌며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저도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무척 재미있는 동시에 여러 어렵고 복잡한 생각거리를 남기는 드라마였습니다. 여러 단점을 차치하고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이만큼이나 한국 사회에서 활발하게 나오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건, 우리들의 몫이겠죠. 편견과 차별을 경계하고, 장애 당사자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장르소설 한 편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반도의 흔한 케이팝 팬입니다. 동시에 장르소설 독자인 저에게 이보다 더 설레는 콜라보가 있을까요? BTS, 뉴진스 등의 소속사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와 김초엽 작가의 콜라보, 그리고 아이브와 정세랑 작가의 협업이라니!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SF는 작품 안의 '세계'가 중요한 장르이고, 케이팝 아이돌 역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그러한 면에서 통하는 지점이 있는 듯합니다. 특히나 정세랑, 김초엽 작가님은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을 잘 쓰시니 아이돌 그룹이 전하고자 하는 감성을 언어로 잘 표현해내실 듯합니다.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두 영역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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