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사람 _ 퍼플레인 팀
금붕어🐠 마케터. 으스스하고 피 튀는 이야기를 보며 맛있게 밥을 먹지만, 무서운 영화는 절대 볼 수 없다는 겁쟁이.
하루🍀 편집자. 남들이 안 본 것만 찾아보는 음침한 (자칭) 예술가.
바우어🦆 편집자. 가장 좋아하는 취미 생활은 스플래터 영화를 안주로 맥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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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하루가 이렇게 오랜만에 진지하게 등장한 이유는... 피치 못하게 퍼플레터가 휴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케터 금붕어🐠가 코로나에 걸려버렸지 뭐예요.
안 그래도 하루도 토요일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롭게 독서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설마... 코로나? 싶었지만, 15시간을 자고 일어난 뒤 피로 누적으로 확인되었답니다. 덕분에 무사히 출근했지요.
그래서 오늘은 금붕어의 쾌재를 기원하며 휴재하고, 하루가 잡담이나 하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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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모두 건강 조심! 퍼플레터는 오늘 휴재하고 하루의 잡담 타임이 있겠습니다!"
💋 하루🍀와 함께 감상하는 《한밤의 시간표》🐏
- with. 〈Ai no Jikken〉 by Lily Chou-C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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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와 함께 감상하는 《한밤의 시간표》🐏
└ with 〈Ai no Jikken〉 by Lily Chou-C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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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하면 플리 추천 아니겠습니까? 우선 음악 먼저 듣겠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로 유명한 〈Ai no Jikken〉입니다. 하루가 뽑은 《한밤의 시간표》와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사담으로 하루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도 무척 좋아하지만, 영화보다 음악을 더 좋아합니다. 가끔 퇴근길에 들으면, 혼자 푸른 초원에 헤드셋을 끼고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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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갑자기 《한밤의 시간표》 얘기를 다시금 꺼내는 이유는, 최근 홍보자료를 작성하면서 《한밤의 시간표》를 다시 읽고 새로운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여러 번 읽을수록 무심코 지나갔던 문장들이 다시 보이고, 독자로서 주인공들의 삶을 한번씩 더 독해해보게 되더라고요. 《한밤의 시간표》를 이미 읽어보셨더라도, 하루와 함께 장면 장면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새로운 재미를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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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책을 구매할 때 보도자료를 꼼꼼히 읽는 편이신가요? 하루는 우선 보도자료를 읽고 독자평을 살펴본 후 책을 사는 편인데요, 《한밤의 시간표》 보도자료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문학작품인 것 같습니다. 정보라 선생님께선 ‘장르문학을 읽을 때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고 그저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선생님 싫어요! 하루는 의미를 찾겠어요! (🐠: 그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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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한밤의 시간표’라는 제목이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했는데요, 왜 하필 시간적 배경이 ‘한밤’일지, 왜 공간적 배경이 ‘연구소’일지는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표’도 그저 직원들이 밤마다 순찰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정보라 작가님 소설을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지 않거나, 한 글자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주관적 편견에 따라 캐릭터의 외양이나 성격을 그리지 않고, 책 속에 담긴 그대로 등장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게 캐릭터든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든, 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발화된 것만 알 수 있겠지요…… 그래서 하루는 가끔 ‘넌 아무것도 물어보질 않네’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찬이나 숙, 부소장님 같은 사람들에겐 이미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이 가득한 만큼 더더욱 다정한 무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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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돌아와서!
퍼플레인에서는 정보라 작가님의 초기작을 출간했고, 조만간 또 출간할 예정인데요, 두 시간대의 작품을 동시에 읽다 보면 정보라 작가님 작품 스타일의 변화를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직장인 n년 차, 이제는 ‘시간표’라는 말을 들을 일이 거의 없지요…… 생각해보면 시간표는 누군가 나에게 부과한 규칙이고, 그것을 따르게끔 강제된 시스템이잖아요? 그리고 주로 낮에 수행되고요. 그러니까 시간표는 어떻게 보면 낮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규칙인 셈이지요.
하지만 한밤의 연구소의 주인공인 인간이 아닌 비인간존재들이에요. 그래서 한밤의 시간표에선 인간의 욕망은 배제되어야 하고, 인간은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은 복도를 순찰하기만 하는 최소한의 규칙만 수행할 수 있지요. 그 규칙을 어기면…… DSP를 기억하시겠지요? 하루는 〈저주 양〉을 그저 방송거리를 원하던 DSP가 운동화를 훔쳐서 벌어지는 인과응보의 재밌는 해프닝 정도로 읽었는데요. 이 ‘양’이 동물 실험으로 죽어가던 양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제라도 양이 자신을 이용해 이윤을 취하려던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원래 일반적으로 연구소는 학문의 집약체이고, 이성과 합리를 증명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한밤의 연구소는 이성과 합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예요. 분명 내가 걸어왔는데 없어진 복도, 분명 무언가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었는데 열어보면 아무것도 없는 연구실…… 이 연구소가 이성과 합리의 세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던, 훼손당한 영혼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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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연작의 서막을 여는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무엇보다 이미 너무 오랫동안 제정신 아닌 곳(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살아와서 연구소의 기이한 일들에 놀라지 않는 찬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최근 하루는 페미니즘과 장애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요,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로 단정되지 않고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고 연속한다는 이야기가 특히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페미니즘과 장애는 별개로 존재할 수도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하고, 교차점을 만들고 논의를 확장해나가야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 더욱 다양해진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순도 생기겠지만 그 모순이 주는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에 서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67쪽 내용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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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고 싶던 말은 찬이 교정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성소수자이자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그가 이 기괴하고 무서운 연구소를 받아들이도록 도왔을 것이라는 말이에요. 찬이 연구소 물건들의 사연을 알았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정상’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별종’으로 존재하는 삶이 어떤지 찬은 아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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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제 인생은 항상 이상했으니까......."
-2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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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찬은 끝나지 않은 터널에 갇혔을 때 “안 오면 내 힘으로 혼자서 나갈 겁니다.” “난 여기서 나갈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에요. 이 문장을 쓰면서 속에서 ‘찬 꼭 행복해야 해!’라고 되뇌었는데, 찬이라면 ‘너나 잘해’라고 할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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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님 북토크에 갔을 때 작가님이 ‘고양이 해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는데요(저도요 작가님……). 그리고 작가님 남편 분 대학교에 양들이 언덕 같은 곳을 배회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실험용 양이라 늘 털 한쪽이 다 빠져 있고 엄청 아파 보였다고…… 양은 온순해서 사람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실험으로 많이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는 화장품을 사더라도 꼭 비건으로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어쨌든 이 두 동물이 마지막 〈햇볕 쬐는 날〉에서 같이 낮잠을 자고, 서로의 털을 핥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동물이 이런 결말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한국에는 생추어리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까요? 기왕 말 나온 김에 가망서사에서 출간한 이바 레슈코의 《사로잡는 얼굴들》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보며 하루는 새삼 나이 든 동물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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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깨끗하게 떠날 수 있었다면 이 연구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22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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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가님의 소망은 이 연구소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는 것이었으리라고 말하면서 보도자료는 마무리되는데요. 사실 비인간존재들뿐만 아니라 인간도 누구나 삶에 미련도, 후회도, 복수심도 있겠죠. 무엇보다 억울하게 죽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나요. 특히 동물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권리를 박탈당해야 할까요. (앗 왜 눈물이 나지) 하루는 내세라는 건 없기를 바라지만, 이 세상에 실제로 삶을 박탈당한 존재들이 삶을 회복하고 떠날 준비를 하는 연구소 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도 너무 힘들었는데, 죽는 길도 괴로우면 안 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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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피해자가 죽은 뒤에도 귀신이 되어 계속 구천을 떠돌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는 자기 자신의 비뚤어진 사고 때문에 스스로 수렁에 빠지고, 피해자는 평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_240~24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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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라 작가님의 신작 《고통에 관하여》가 출간되었더군요! 아직 다른 책들을 읽느라 펼쳐보지 못했지만, 《고통에 관하여》에선 작가님께서 어떤 세계를 펼쳐주셨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오늘 하루의 잡담 타임은 어떠셨나요? 매일 잡담만 해도 될까요?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루는 말이 정말 없는 편인데, 자기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떠들어서 이럴 때에만 말이 많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구독자 여러분들과 퍼플레인 책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여러분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궁금합니다!
《한밤의 시간표》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싶으신 분, 《고통에 관하여》를 이미 읽어보고 후기를 공유해주고 싶으신 분! 그냥 퍼플레인 팀과 요모조모 알쏭달쏭 시시콜콜 잡담하고 싶으신 분! 아래 ‘퍼플레인에게 답장하기’를 클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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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레터는 매월 25일 밤 10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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